조리원 생활도 끝나고 아이와 집으로 온 날.
앞으로 지내게 될 시간이 막연히 기대도,걱정도 됩니다.
그런데 다음날 남편이 출근하고 아이와 단둘만 남게된 시간.
불안감은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크게 다가옵니다.
마치 망망대해에 홀로 뗏목을 타고 있는 기분입니다.
조용한 전쟁이라고 표현하면 너무 과할까요.
제대로 씻지도 먹지도 못하고 아기 재우기,먹이기,트림시키기,기저귀 갈기.
다시 재우기,먹이기의 무한반복.
분유를 먹는 경우라면 아기가 자는 사이에 젖병도 소독해야 합니다.
정작 엄마는 먹을 시간이 없어서 맨밥을 조미김에 말아 침대옆에 두고 죽지않을 만큼만 연명하며 지냅니다.
어느순간 나는 없어지고 무심코 본 거울엔 산발하고 초췌해진 이상한 여자만 덩그러니 남아있던 충격적인 날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깊은 우울감.
더 깊은 피로.
자부심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내 아기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존재란건 압니다.
하지만 극도의 피로와 우울감은 아이를 그렇게까지 이쁘지는 않게 만들기도 합니다.
그런데 어느날.
한순간에 아이가 내 가슴에,내 마음에 들어온 날이 있었습니다.
젖을 다 먹이고 트림시키려고 하는 순간,아이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잠깐 동안의 정적.
그리고 아이의 미소....
가슴 저릿한 이상한 행복감과 뒤이어 찾아오는 알 수 없는 눈물.
웃으며 울며 아이에게 고맙다고 말했습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정말로 "엄마"가 됐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11년째 사랑에 빠져 있습니다.
이 사랑은 권태기도 없습니다.
아마도 이번 생이 끝날때까지 그럴듯 싶습니다.
그 순간의 기억만으로도 엄마들은 오늘도 끙차 힘을 내나 봅니다.
지금 이 순간도 진땀 흘리며 고군분투 하고 있는 모든 엄마들에게 조용히 그러나 뜨거운 응원을 보냅니다.
그대들은 자랑스러운 엄마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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